개인앨범

출석부6.사랑의체험수기2

세무전문가 2022. 10. 6. 11:45

그런데 지하철공사로 해운대는커녕 버스안에서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어서, 서면에서 내려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녀도 깔깔거리며 내가슴을 토닥이기도 했지만, 난 도시 다음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골몰하느라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원래계획은 해운대에서 놀다 어찌하여 막차를 놓치고, 어쩔 수 없이 그기서 잠을 자는 계획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기존 공식을 응용하여 풀어 나가야 했다.

거리엔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사랑이 무르익기 좋은 밤의 기운이 도시를 뒤덮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든 거사을 성사시키기 위해, 목이마르다고 둘러대면서 술한잔하고 가자고 능청을 부렸다.

그녀도 여리고 순진한 터라 아직까지는 내 음융한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순수히 따라와 주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던 86년 초봄 어느 저녘날. 나는 혼자 식당에서 저녘을 먹고 있었다. 그때 숙소가 양덕동이라서 근처식당을 정해 놓고 밥을 먹었던 터였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일하는 것도 재미없고, 무엇보다도 이팔청춘 푸르른 청춘이 여자친구도 없고, 도대체 내가 뭐 때문에 살고, 왜 사는지를 모를 일이었다.

'기술은 배워서 뭐하며, 성공은 해서 뭣에 쓴단 말인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여자친구이지, 다른 어느것도 아니었다.

그런 여자친구도 없이 기술을 배우느니, 다른 무엇을 하느니 하는 것은 가식이며, 자신을 속이면서 사는 나부랭이 인생이었던 것이다.

신세를 한탄하며 힘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새초롬하게 생긴 여학생 2명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때가 아마 일요일 저녘이었던 듯하다.

자세히는 못봤지만 괜찮은 듯 했다.

얼마남지 않은 밥을 물에 말아서 여학생들이 나갈 때 까지 최대한 천천히 먹었다.

그녀들이 나와서 걸어갈 때, 나는 대담하게도 뒤를 밟기 시작했다.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홀리듯 따라갔다.

어렸을 때부터 숫기도 없고 말도 없던 내가 19살 청춘이 되면서, 어디서 사내다운 기운이 불끈 솟아나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눈동자는 커지고,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로지 하늘에 계신 높으신 분만이 내 몸을 조종하고 있었다.

한일합섬 골목입구에 다다라서, “저기요..” 그녀들을 불러 세웠지만, 막상 할 말이 없었다. “저기.......저기......”,한참을 머뭇거렸다. 무어라 말은 해야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기...저기...양덕동은 어디로 가야 되죠?”,

아이쿠, 이런 병신 쪼다 같은 쎄끼가 세상에 또 있을까나?, 여기가 양덕동인데...’

그녀들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도저히 이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했다.

저기... 그게 아니고...그게 ...아니고...”

온몸이 후줄근 해지고, 땀이 삘질삐질 나면서, 팔 다리 머리 몸통은 따로 놀면서, 연포탕에 빠진 낙지마냥 꼬이고 있었다.

‘아..아..하나님 부처님!  여심에 다가가가는 것이  이다지도 뜨겁고 화끈거리는가요?’

눈앞에 여인을 두고, 그마음에 다가가는게 이렇게나 멀고 험한 길인가요?

에베레스트 산을 넘고 태평양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건가요? 진정 나는 몰랐습니다...

말을 걸어놓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집은 남자만 4형제인 집이어서 어머니외의 여인과는 접촉이 없었다. 방학때는 동네 머슴아들은 우리집에 다 모였다.

시골 동네에서도 또래 여자친구가 1명 있었지만 일찌감치 마산으로 전학을 갔다.

동갑인 여자친구가 된 그녀가 다행히 내 청을 받아들여 우리는 근처2층의 양덕다방에 자리하게 되었다.

나는 외롭다,. 여자친구를 꼭 사귀고 싶다. 좋은 친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편지를 할 수 있는 서로의 주소를 교환했다.

난 너무나 기뻣고, 온 세상을 다 얻은듯 기운이 충만했다.

이렇게 처음 그녀와 사귀게 된 것이다.

술집에 간다는 것이 일반 호프집 같은데가 아니고, ‘맥주, 양주 간판인, 여인들이 술을 따라주는 빠알간 술집이었다.

잘 못 들어 왔나 싶었는데, 분위기는 나쁘지 않는거 같아서 조금만 먹고 가기로 했다.

그녀도 제법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자신은 장녀이고 실업고를 입학하게 된 구구한 집안사정등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였다.

그렇게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의 어느 술집 빠알간 조명하래 두 청춘의 이야기꽃은 밤이 깊을수록 활짝 피어가고 있었다.

https://youtu.be/syuz7zGidLQ